서울의 인왕산을 마주하고 있는 안산 꼭대기에는 봉수대가 있다. 겉으로는 심심한 돌무더기처럼 보이는데 가운데 틈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. 벽돌은 쪽빛에 물들어 있고 명암이 교차하며 아름다운 기하학 무늬를 만들어낸다. 카메라를 잘 돌려서 하늘을 바라보고 찍으면 또 다르게 보인다. 돌로 만든 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. 둥글게 말린 골판지 같기도 하고, 보다보니 제임스 본드 영화의 인트로 장면 같기도 하다. 속이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계속 보다보면 빛나는 무언가로 꽉 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. 단순히 카메라를 90도 회전시키는 과정이었는데도 아름답고 낯선 것들을 찾을 수 있다. 생각해보면 카메라는 언제든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건데 왜 그간 그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. 나는 이 묘한 느낌이 좋아서 이 사진을 채널 이미지로 설정했다. 지난 5년간의 나의 변화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. 다시 봉수대 사진을 봤을 때, 더 이상 심심한 돌무더기로 보이지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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